어제는 꿈에서 친구와 포장마차에서 떡볶이와 튀김을 먹었고 오늘은 완주군 봉동읍의 로스터리 카페에서 편지를 씁니다. 이달의 커피를 주문해 마시는데 잔이 어찌나 투명하고 깨끗한지 커피가 더 맛있게 느껴집니다. 잔의 효능이겠지요. 차를 마시는 머그에 맥주를 따라 마시는 저를 보며 타박했던 친구의 마음을 이제야 알겠습니다. 이런 것들을 조금씩 알아가면서 인생은 멋지고 풍성해지는 걸까요. 아니면 복잡하고 귀찮아지는 걸까요. 아~ 단순하게 살고 싶은데 말입니다.
요새는 마스다 미리의 『걱정 마, 잘될 거야』(이봄, 2019)와 황정은의 『작은 일기』(창비, 2025)를 번갈아 읽었습니다. 『걱정 마, 잘될 거야』는 1월에 충장로 알라딘에서, 『작은 일기』는 역시 1월에 전주 객사 알라딘에서 샀습니다. 『작은 일기』를 거의 새것으로 사고 나서 기뻤던 기억이 납니다. 새것을 저렴하게 사서 기뻤냐 묻는다면 그런 건 아닌 것 같습니다만 아무튼 기분이 좋았습니다. 그날 마침 커피 쿠폰이 있어 공짜 커피를 마신 뒤라 하루를 알뜰살뜰하게 보낸 기분이었냐 묻는다면 확실히 그건 맞는 것 같습니다.
두 달 전에는 당근으로 캡슐 커피 머신을 샀습니다. 매일 텐퍼센트커피에서 테이크아웃을 하는데 그만, 텀블러를 잃어버리고 말았습니다. 어디서 얻어와 오랫동안 썼던 텀블러인데 못생긴 걸 어디 갖다 팔지도, 멀쩡해서 버리지도 못해서 그냥저냥 쓰던 것인데 잃어버려서 속이 다 시원합니다. 드디어 새 텀블러를 사려고 구경하는데 제가 사고 싶은 텀블러는 다 너무 비싸고, 그 돈이면 캡슐 머신을 사겠다 싶어 캡슐 머신을 샀습니다. 단돈 오만 원. 땅 파면 오만 원 나오냐만은… 캡슐 보관함과 캡슐도 덤으로 받았으니 잘 산 것 같습니다. 안스타 유튜브(@ahnstar_)와 네스프레소 공홈에서 캡슐 맛에 대해 공부를 좀 하고 벽에 작은 메뉴판을 써붙였습니다.
덕분에 밤 깊은 새벽에도 디카페인 커피를 추출해 마실 수 있게 되었습니다. 밤 깊은 새벽 커피의 효능은 종일 누워있는 저를 앉게 한다는 것입니다. 책상에 앉으면 책이라도 한 장 펼쳐볼 수 있는 것이죠. 『작은 일기』를 모두 읽었습니다. 계엄과 탄핵의 순간들이 일상과 함께 기록되어 있는데, 길지 않아 금방 읽는데도 마음이 슬퍼서 숨을 골라야 하는 순간들이 찾아옵니다. 그럴 때 잽싸게 『걱정 마, 잘될 거야』를 펼치는 것입니다. 『작은 일기』의 132쪽에 책갈피를 꽂아두었습니다. 엘 작가(@by_ell)가 만든 초 모양 책갈피로 제가 아끼는 것입니다. 수 년 전 사놓고 한 번도 쓰지 않은 것입니다. 이것을 『작은 일기』에 꽂아두는 이유는 작은 빛 하나를 그 책 안에 두고 싶어서 그렇습니다. 촛불의 끄트머리로 문장을 따라 읽을 때면 그 문장들 주변이 밝아지는 것 같아서 그렇습니다. |